2050 탄소중립 공약 흔들…보잉·에어버스가 동시에 멈춘 이유

초음속 여객기는 가속, 친환경 항공기는 멈춤…엇갈리는 항공산업의 미래

한때 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던 항공산업의 두 축이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초음속 여객기는 규제 완화와 기술 진전 속에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반면, 친환경 항공기 개발은 잇따라 중단되거나 연기되며 사실상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속도와 효율을 앞세운 항공 기술은 다시 날개를 달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제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음속 여객기 분야에서는 오랜 정체 끝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붐 오버추어가 개발 중인 초음속 실증기 ‘XB-1’은 올해 초 세 차례에 걸쳐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민간 항공기 기준으로는 콩코드 퇴역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민간 항공기의 육상 초음속 비행을 금지해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동안 초음속 비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소닉붐 문제도 기술 개선을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초음속 여객기의 상용화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의 해법으로 내세워 왔던 친환경 항공기 개발은 연이어 난관에 부딪혔다. 보잉은 미 항공우주국과 함께 추진하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실증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에어버스 역시 수소연료 기반 항공기 개발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장기 목표는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인력과 예산을 기존 주력 기종과 단기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로 돌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를 지적한다. 친환경 항공기는 기술적 난도가 높고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수소 항공기의 경우 연료 저장과 공급 인프라가 거의 구축돼 있지 않고, 배터리나 연료전지 기술 역시 대형 항공기를 띄우기에는 출력 대비 무게가 과도하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항공사와 제조사 모두 당장의 안전 인증과 수익성이 급한 상황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항공 부문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2~3%를 차지하지만, 대체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감축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항공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 전 세계 항공 연료 사용량에서 SAF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산업의 미래가 ‘속도’와 ‘환경’ 사이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한다. 초음속 여객기는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지만, 그만큼 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친환경 항공기는 당장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초음속과 친환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라며 “지금은 기술과 시장의 한계로 균형이 깨져 보이지만, 결국 환경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면 항공산업 자체의 성장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속도는 다시 빨라지고 있지만, 항공산업이 향하는 진짜 목적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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