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조종한다더니 현실은 달랐다…‘1인 조종’ 실험의 끝

항공 기술의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한때 ‘미래의 필연’처럼 거론되던 1인 조종(Single Pilot Operation) 체제가 결국 제동에 걸렸다. 유럽 항공안전청(EASA)은 수년간 진행해 온 연구 끝에 “현 단계에서는 단일 조종사 운항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관련 논의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1인 조종 논의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비행과 플라이바이와이어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항공기 조종사의 역할이 점차 ‘감독자’로 바뀌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인건비 절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조종사 수를 줄이는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2021년 에어버스는 프랑스 항공전자 기업 다쏘 시스템과 함께 ‘확장 최소 승무 운항(Extended Minimum Crew Operation)’ 개념을 EASA에 제안했다. 핵심은 이착륙 구간에는 기존처럼 2명의 조종사를 두되,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적은 순항 구간에서는 조종사 1명만 운항을 담당하는 방식이었다. 이듬해에는 한발 더 나아가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 구간을 단일 조종사가 맡는 ‘완전 1인 조종’ 개념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공식 제안되기도 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구상이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현재는 법 규정에 따라 조종사 3~4명을 탑승시켜야 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면 인건비와 운영비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종사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럽 조종사 협의체(ECA)는 “기술이 완벽하다면 과거 자동화 오류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현재 기술 수준은 1인 조종을 논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논쟁이 격화되자 EASA는 직접 연구에 착수했다. 약 1,420만 유로(한화 약 230억 원)를 투입해 다양한 비정상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전문가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단일 조종 체제에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한계를 넘어 인간 요소 전반에 걸쳐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장실 문제’다. 조종사는 비행 중 조종석을 비울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데, 1인 조종 체제에서는 이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이 끝내 제시되지 못했다. 단거리 노선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됐지만, 평균적인 생리 주기뿐 아니라 개인 건강 상태, 여성 조종사의 신체적 특성까지 고려할 경우 예외 없는 운영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스트레스와 판단력 저하였다. 조종사가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심리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는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순항 중 휴식 후 교대하는 단일 조종사의 경우, 수면에서 깨어난 직후 판단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평균 30분 이상이 필요하다는 ‘수면 관성’ 문제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엔진 화재나 급작스러운 기체 이상 상황에서 ‘교차 확인(cross-check)’이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기존 2인 조종 체계에서는 두 명이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며 오류 가능성을 줄이지만, 1인 체제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EASA는 “현재 기술과 운용 환경에서는 1인 조종은 시기상조”라며 논의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완전한 폐기는 아니다. EASA는 AI 기반 자동화 기술과 지상 지원 시스템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장기적인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결론은 분명하다. 항공 안전의 최종 책임을 단 한 명에게 맡기기에는, 아직 인간과 기술 모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공산업의 미래가 효율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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