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무리하며 항공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한 수’로 향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의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항공사들의 중장기 전략은 다시 장거리 국제선, 특히 유럽과 미주 노선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신규 취항 노선은 없지만, 운수권 배분 현황과 업계 안팎의 흐름을 종합해 보면 향후 개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노선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지역은 중·동부 유럽이다. 그중에서도 폴란드는 항공업계에서 꾸준히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언급돼 왔다. 현재 인천과 폴란드를 잇는 직항 노선은 폴란드 국적 항공사 LOT가 바르샤바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며, 브로츠와프 노선까지 포함해 한국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바르샤바 노선 이용객은 약 12만2천 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평균 탑승률도 80% 안팎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 노선의 강점은 관광과 상용 수요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바르샤바, 크라쿠프, 그단스크 등 역사·문화 도시를 중심으로 한 관광 매력은 물론,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 확대가 상용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와 방산 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이 강화되면서, 기업 출장과 장기 체류 인력 이동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폴란드는 발트 3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기존 서유럽 위주의 여행 패턴과는 다른 새로운 관광 동선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항공로 우회 문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북유럽 노선도 관심 대상이다. 최근 인천–코펜하겐 직항 노선이 개설되며 북유럽 직항 시대가 열렸지만, 높은 물가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용 수요는 장기적인 안정성 측면에서 과제로 지적된다. 초기 탑승률은 높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다소 조정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코펜하겐을 북유럽 환승 허브로 활용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향후 코드셰어 등 협력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일랜드 더블린 노선 역시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후보지다. IT와 제약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 있는 만큼 상용 수요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단독 직항보다는 영국 노선과 연계한 형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항공 협정과 슬롯 문제 등 넘어야 할 행정적 장벽도 적지 않다.
미주 노선 가운데서는 뉴욕권 공항 재편이 핵심 화두다. 현재 인천발 뉴욕 노선은 JFK 공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맨해튼 접근성이 뛰어난 뉴어크 공항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취항 경험이 있고, 비즈니스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미 해당 노선을 운영 중인 저비용 장거리 항공사와의 경쟁, 그리고 항공사 통합 이후 시장 독점 논란 등은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장거리 노선은 단순히 수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정치·외교 환경, 항공 협정, 기재 운용 여력, 기존 노선과의 시너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과 출장 수요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항공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장거리 노선 확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어느 노선이 먼저 열릴지는 아직 안갯속이지만,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한 신규 장거리 노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늘길의 다음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될지, 항공업계와 여행객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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