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이제 국비 없다”…정부 한마디에 전국 지자체 비상

“이제는 국비로 못 짓는다” 정부의 지방공항 제동, 지역은 왜 술렁이나

정부가 무분별하게 추진돼 온 지방공항 건설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긴장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공항 공약’ 관행에 대해 중앙정부가 처음으로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논란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10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지방공항 건설 시 지방정부의 비용 분담과 운영 책임을 전제로 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항 건설·운영 비용을 사실상 전액 부담해 온 중앙정부의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배경에는 심각한 적자 구조가 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9곳 이상이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이다. 김포·김해·제주 등 일부 대형 공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양양공항,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등은 영업손실률이 수백~수천 퍼센트에 달해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앞으로는 지방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자, 이미 추진 중인 신공항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법원 판결로 절차가 중단된 세만금공항, 공사 일정 차질로 재입찰에 들어간 가덕도신공항, 이전 논의만 수년째 이어지는 대구통합신공항까지 모두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대구공항 이전 사업은 상징적이다. 민간공항 이전 비용만 약 2조6천억 원, 군공항 이전까지 포함하면 총 1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국비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방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크다. 전남·경북·전북 등 다수 광역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대에 불과하다. 공항 건설뿐 아니라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까지 지자체가 떠안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감당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항 신설 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안정적인 배후 수요가 없는 공항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논리로 수요를 과대 산정해 온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속철도·고속도로와의 중복 투자로 수요를 잠식하는 문제도 반복돼 왔다.

정부의 이번 메시지는 “지방공항을 없애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제는 책임 없는 공약은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깝다.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에만 기대 공항을 짓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지방공항의 미래는 이제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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