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왜 망하나 했더니…대구는 살고 양양은 죽은 결정적 차이

“지방공항은 왜 반복해서 실패하나”…대구는 살고 양양은 멈춘 이유

지방공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는 신규 지방공항에 대해 수요와 경제성을 중심으로 한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운영 중인 지방공항들의 성과를 살펴보면, 공항의 성패는 정치 논리보다 훨씬 구체적인 조건에서 갈렸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공항이다. 대구공항은 한때 KTX 개통의 직격탄을 맞은 공항으로 꼽혔다. 서울–대구 간 이동 시간이 2시간 내외로 줄어들자 항공 수요는 급감했고, 2004년에는 여객 수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KTX 개통 이후 대구공항의 가치 하락률은 44%로, 김포나 김해보다 훨씬 컸다.

그럼에도 대구공항은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영업이익률 30%를 넘기며 ‘지방공항 성공 사례’로 재평가됐다. 비결은 명확했다. 공항 자체를 키우기보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한 노선 전략에 집중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이 대구를 국제선 허브로 활용하면서 국제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공항이 살아나자 다른 항공사들도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반면 양양공항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속초와 강릉이라는 인구 밀집 지역의 공항을 통합해 ‘더 큰 공항’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공항은 인구 3만 명 수준의 양양에 들어섰고,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이동 시간이 늘어난 공항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규모 확장은 있었지만, 배후 수요는 줄어든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남았다.

해외 사례는 또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일본의 시즈오카 공항은 입지와 규모 모두 불리했지만 ‘후지산을 보며 착륙하는 공항’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공항과 도심 간 거리는 택시 쿠폰과 리무진 서비스로 보완했다. 이용객에게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이바라키 공항은 더 과감했다. 나리타공항의 대안이 아닌 ‘도쿄로 가는 또 하나의 관문’이라는 포지션을 선택했다. 도쿄 접근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저렴한 렌터카 정책으로 이용객을 유입시켰다. 핵심은 공항 자체의 자존심이 아니라, 이용객의 선택 기준을 냉정하게 분석한 전략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방공항 논의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로 ‘이전과 신설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을 지적한다. 공항은 지역 발전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접근성, 배후 인구, 항공사 유치 전략, 그리고 지역만의 명확한 매력 요소가 결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예산을 투입해도 공항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공항은 더 이상 “있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대구공항이 보여준 것처럼, 작더라도 명확한 전략을 가진 공항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항이 아니라, 기존 공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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