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시장 대형사는 못 하고 소형 항공사만 할 수 있는 선택 |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국내 항공업계에서 ‘소형 항공사의 무덤’이라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에어포항, 에어필립, 하이에어 등 다수의 소형 항공사가 잇따라 시장에서 퇴장했고, 일부는 회생 절차를 밟고서도 여전히 운항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두 개의 소형 항공사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여객 줄이고 ‘응급의료 항공’으로 승부수

국내 소형 항공사의 시조격으로 불리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회생 인가를 받으며 다시 한번 생존의 기회를 확보했다. 법원이 청산 가치보다 존속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서, 투자 유치와 신규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기존 여객 중심 사업 모델을 과감히 축소하고 EMS(Emergency Medical Service), 즉 응급 의료 항공 운송을 핵심 신사업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해외 체류나 출장, 여행 중 중증 사고를 당한 환자를 전용 항공기로 국내로 이송하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응급 의료 이송이 필요한 사례는 연간 약 2,000건에 달하지만, 실제로 항공 이송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150건 안팎에 불과하다. 비용 부담이 커 현지 치료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일부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본격적인 상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EMS 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해외 항공기를 임차해 환자를 이송하던 기존 방식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출발해 환자를 태우고 다시 귀국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고 의료 장비 탑재에 적합한 호커 800XP급 소형 제트기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전용기(비즈니스 제트) 운항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대형 항공사 중심의 전용기 서비스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형 항공사의 틈새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썸웨어, ATR72로 ‘도서·단거리 항공’ 정조준

또 다른 주인공은 신규 항공사 썸웨어다. 썸웨어는 도서 지역과 내륙을 1시간 이내로 연결해 이동권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케이 설립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썸웨어의 핵심 무기는 ATR 72-600 터보프롭 항공기다. 연료 효율과 유지비 측면에서 국내 운항 환경에 최적화된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수송 능력의 다른 소형 항공기 대비 최대 25% 이상 운영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울릉도, 흑산도 등 짧은 활주로를 가진 도서 공항의 경우 ATR72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다만 활주로 길이 제약으로 인해 탑승객 수를 일부 제한해야 하는 점은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썸웨어는 김포–사천 등 고정 수요가 있는 노선을 시작으로, 군부대 수요와 도서 지역 관광·레저 수요를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군 장병 이동 수요나 낚시·관광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경우 일정 수준의 탑승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인프라가 관건…“도전은 가치 있다”

두 항공사의 도전은 분명 쉽지 않다. 기상 여건이 불리한 도서 공항, 미흡한 관광 인프라, 국제선 좌석 제한 등 제도적 장벽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는 “기존과 다른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하면 소형 항공사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도를 의미 있게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EMS나 도서 단거리 항공은 대형 항공사가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성공 여부를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도 자체가 국내 항공 산업에 필요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무덤’이라 불리던 시장에서 과연 이 두 소형 항공사가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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